담배 빌려드립니다

전시소개

‘담배 한 대, 빌려드릴까요?’ 낯선 취향을 한 모금 들이마시는 순간, 세상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담배 빌려드립니다’는 실제 흡연을 다루지 않는다. 이 전시에서 담배는 타인의 취향을 잠시 빌려 경험하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담배가 가진 사회적 상징성과 형태를 빌려, ‘나의 시선’에서 한 발짝 벗어나 보는 작은 일탈을 제안한다.

담배는 부정적 이미지 뒤에서 언제나 숨 쉴 틈을 만들어왔다. 도시의 구석, 숨겨진 공간에서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며 현실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타인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새로운 유대를 형성한다. 이 속성은 서브컬처와 닮아 있다. 서브컬처 또한 주류의 규칙을 벗어나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고, 취향을 공유하며 강한 정체성과 유대를 쌓는다.

전시는 이러한 공통점을 바탕으로 담배를 취향의 매개체로 활용한다. 관람객에게 쥐어지는 가상의 담배는 서브컬처 매니아와 관람객 사이를 더욱 감각적으로 연결한다. 전시장 공간은 비공식적 흡연구역인 뒷골목처럼 구성되며, 몰입을 표현한 작품과 실제 서브컬처 매니아의 소장품이 함께 놓인다. 관람객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서브컬처 매니아의 취향으로 들어가 몰입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담배 빌려드립니다’는 단순한 체험형 전시가 아니다. 작품을 보고, 만지고, 맡으며 타인의 취향을 경험하는 과정은 낯설지만 강렬하다. 그 순간, 관람객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세계를 살아보고,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