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Conciousness
여인 – 교란에 대하여

Beyond the Conciousness

누군지 모르는 알 수 없는 어느 여인이 나를 향해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나가 아니다. 둘도 되고 때론 셋도 된다. 사실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다중노출로 만들어진 이러한 사진들은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분열된 자아’ 를 연상하도록 강요하곤 한다.

이 하나가 아니고, 둘이 하나의 평면위에 중복 겹쳐진 이미지들은 그 자체가 아마 또 다른 의미의 전형으로서 읽혀지기 때문이다. 비교적 인물의 리얼리티가 덜 변용된 사진의 경우는 그런 이중적 자아를 읽어내게 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명료한 모습과 그로 인해 중첩된 허상이 마치 그 대상의 그림자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매우 현대적이다. 만들어진 사진의 포맷이 마치 중형이거나 대형인 듯 보여지나, 실상은 35mm필름카메라로 제작된 이 사진은 중복된 이미지와 오버 현상된 이미지가 겹쳐져 인물에 대한 포커스가 흐려짐으로써 그렇지않아도 흑백으로 제작한 사진을 컬러로 비틀어 보여줌으로써 몽롱한 비현실의 세계를 만들어 보고자 한 작가의 의지가 돋보이는 듯 하다. 그러나 상단부에 보이는 현상액의 궤적, 즉 35mm필름만이 갖는 퍼포레이션을 통과한 현상액이 만들어낸 저 궤적은 그러한 작가의 장치들을 무력화 시키고 만다. 이러한 현상액의 궤적은 오버 현상된 필름에서만 나타나는 법. 즉, 작가의 의지와 작가가 행한 프로세스사이에서, 기계적 프로세스가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작가의 의식을 삼켜버린 모습으로 보인다.

마치 닐스 보어가 20세기 초에 빛의 문제를 논하면서 우리에게 제시한 ‘상보성 원리’ 처럼 겹쳐진 두개의 상이 둘이면서도 셋처럼 보이는 사진들은 다시 새로운 문제로 다가온다. 샴의 쌍둥이와 같은 모습처럼 보이는 사진은 두개의 입과 두개의 코 그리고 세개의 눈이 네 개의 유방에 저항하면서 몽환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에 현실적으로 적대한다. 기어코 사진은 이 이미지들이 몽환적인 환타지가 아니라, 선명한 리얼리티를 가진 잘못된 모습이라고 강변하는 듯 보인다. 하여 닐스 보어가 보여준 샴페인잔의 모습처럼, 주변의 사실적인 인물의 부분이, 겹쳐져 밝게 두드러진 변용된 모습에 저항한다. 사진(6)에서는 동일한 현상이 음부를 가린 손과 두개의 입과 세개의 눈과 코 구멍 하나가 사라진 두개의 코에 저항하면서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성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강변한다.유방을 움켜쥔 희미한 손 모습에 비해 음부에 닿아진 손의 모습이 얼마나 사실적인지를 알아차리는 일이 어렵지 않다. 사진(7) 역시도 안으로 굽어진 손의 모습이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그 이외의 모습이 만들어내는 환타지가 우리의 시선!!을 교란하게 하지 못한다. 그저 다르게 만들어졌을 뿐 그녀는 사실 그곳에 분명 있었음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번 이은재의 사진들은 이러한 사실과 환영 사이를 마구 오가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사실과 사실이 아님을 선명하게 밝혀내려 하기보다는, 그 사실과 사실 아님의 경계가 이 이미지 어디에서도 잦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하는 점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러니까 교란이 목적인 듯 보인다. 이러한 교란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이익 분은 분명히 있다. 어찌할 도리 없이, 사실과 투사된 혹은 주사 된 환영 사이에서 이미지들과 공생하는 현대의 삶에는 그 어떤 적실한 사실이 사실은 없다. 어느 쪽으로 만지든 손을 베이게 하는 오캄의 면도날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삶은 사실로서 인식을 해도 상처받게 되어있다. 사실을 뒤덮고 있는 이 절명한 가상현실들, TV와 비디오와 컴퓨터로 시작한 이 가상현실의 소통방식은 급기야 휴대폰 액정화면의 이미지와 정겹게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러면서도, 그 환영을 가져다 주는 기계의 현존성은 다음달에 내야하는 요금의 높낮이에 단단하게 붙어있다.

게임에서 사용하는 무기를 사기위해 현실에서 소통되는 현금을 사용해야하는 현상과 같이 말이다. 이처럼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과 환영의 문제를 지금 이은재의 사진에 나타나 있는 여인의 모습에서 재 확인하게 된다. 앞에서도 제기한 문제들처럼 사진이 자동으로 기술하여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름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것을 완벽하게 콘트롤 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닌자 거북이들에게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 것으로 이사진에 대한 내 생각을 그친다. 보기위해 눈을 감는 것이다.

글 : 정 주 하 ( 사진가, 백제예술대학교 교수)


전시명

  • Beyond the Conciousness

참여 작가명

  • 이은재

전시구분

  • 사진

전시주제

  • 여인 – 교란에 대하여

전시기간

  • 2020.8.24(월) ~ 2020.8.28(금)

관람시간

  • 12:00~19:00

관람비용

  • 무료관람


전시장소

  • 어반플루토 갤러리
  •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로 22나길 3-2 2층(양평동5가)
  •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에서 1~2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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